한국인성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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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인간의 조건

관리자 2019-11-07

단순히 나이가 든다고 모두의 인성이 훌륭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떠한 조건이 인간을 더 성숙하게 혹은 덜 성숙하게 만드는지 그 비밀을 들여다 봅시다.

 

장민희 한국인성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심리학 박사 

 

우리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여러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 우리는 나이든 사람이 세상에 대한 다양한 경험 덕분에,

젊은이에 비해 인생에 대한 지혜도 많고 이해도 잘하며 다른 사람의 실수나 결점에 더 관대할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이와 달리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더 편협하고 고집이 세고 타인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로 나이 드는 것은 이 두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

 

나이 들어감의 두 가지 얼굴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다는 것은 한 개인에게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긍정적으로는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깊어져서 삶의 의미를 더 크게 깨달을 수 있다.

반면에, 부정적으로는 신체적인 노쇠, 미적인 아름다움의 감소, 사회적 지위와 역할의 축소 등 여러 가지 상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찍이 발달심리학자 에릭슨(Erikson)은 인간이 전 생애에 걸쳐 발달하는 존재라고 규정한 바 있다.1

그의 통찰 덕분에 우리가 단지 무기력하고 수동적으로 늙어가는 존재에서

능동적으로 발달하고 성장하는 존재로 확장될 수 있었다.

,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여정이 나날이 성숙해지는 과정이며,

깊어진 주름은 세상의 모진 풍파를 다 견뎌낸 후

견고하게 살아남았음을 입증하는 훈장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 심리학자가 제시해 준 것이다.

나이 드는 것이 이러한 좋은 모습만 띠고 있다면 얼마나 값진 일일까.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이만 들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식으로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현실은 많은 사람들이 세월이 흘러갈수록 오히려 더 인색해지고, 고집이 세지며,

자신의 의견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필자가 최근에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2

노인들은 청년기나 중년기 사람들보다 겸손함은 낮은 반면 물질을 중시하는 경향성은 더 컸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불행하게도,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을 넓히고

자기를 초월하여 더 큰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에 더욱 집착하면서 자신을 최고라고 생각하는 미성숙한 상태에 있음을 이 결과는 함축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성숙함이란 무엇일까?

이것의 정의에는 여럿이 있겠지만,

성숙함의 개념 속에는 자신의 부족함을 수용하고

그를 통해 타인의 허물을 공감하고 이해함으로써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 들어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미성숙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에게서는 이와 같은 특성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와 타인에 대한 공감과 수용, 그리고 연결의 가치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수용할 수 있으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독자는 자기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반문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수용하는 자기의 모습은 스스로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한정된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약점과 콤플렉스를 감추고 없애려고 많은 노력을 들인다.

왜냐하면 그것이 나의 참모습의 일부라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사건에 직면한다.

이때 우리는 이러한 사건을 통해 자부심, 즐거움, 성취감과 같은 긍정적인 경험도 하지만,

수치심, 굴욕감, 좌절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자아개념과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3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개념과 정체성을 위협하는 외부 사건을 직면하게 되면,

그 사건으로부터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낄 수 있다.

자기비판적인 정서는 당사자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통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그래서 수치심은 회피, 부정, 자해 등의 행동을 야기하기도 하고,

굴욕감은 분노, 보복과 같은 공격적 행동을 초래하기도 한다.4

이처럼 자기의 체면을 손상하거나 부족함을 보여주는 경험은 자기를 강하게 위축시킨다.

 그러면서 외부의 자극에 대해서 자신을 매우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존재로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심리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의 연약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할 수 없다면,

 외부를 향해 투명하게 자신을 개방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타인과 우호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어렵다.

왜냐하면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태도가 외부 세상과의 연결을 막고,

더 나아가 타인에 대한 왜곡된 지각이나 평가를 야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건강한 관계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것, 그것이 성숙함의 한 단면일 수 있다.

이러한 개방과 연결이 때로는 지식에 대한 겸손의 형태로,

때로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존중의 형태로 나타난다.

물론 이러한 형태의 성숙함을 얻기 위해서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를 돌보면서 타인의 연약함을 이해하는 것,

즉 자기 공감과 수용, 그리고 연민(compassion)을 통해 타인과 너그러이 연결할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