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성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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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인생에게 말하는 것

관리자 2019-11-07

인간은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 고등적인 인지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인지가 우리의 인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한국인성교육연구소 장민희 책임연구원/ 심리학박사

 

인간의 실존, 유한하고 때론 무력한 존재

 

인간의 삶은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인간의 실존적인 특성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이나 가까운 누군가가 질병이나 사건·사고로 인해 죽음을 직면하게 되면,

우리는 유한한 존재와 무력한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역경으로 인해 때론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보다는

살아가야 함에 대한 깊은 무게와 걱정이 압박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삶과 죽음에 대한 갈림은 모두가 피할 수 없는 만인에게 공평한 조건이기도 하다.

 

 

죽음 앞에서 삶을 조우한다는 것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없는, 그러면서도 보통은 어떠한 경험보다 강력한 역경이다.

죽음이 어느 누군가의 것이 아닌, 나의 것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것으로 다가올 때 우리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죽음 그 자체보다 죽어감의 과정이 우리에겐 더 고통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죽어감의 과정 가운데 수많은 삶의 기억과 생각들이 교차하게 될 테니 말이다.

 

실제로 죽음 앞에선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 역시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후회는 개념적으로 인지적인 것과 정서적인 것을 포함하는 것으로,

후회를 하게 되면 정서적으로 불만족과 불쾌감을 동반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한 것,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인지적으로 반추하는 경험도 한다(Tomer & Eliason, 2008).

그리고 이것이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삶에 대한 통합의 반대 개념인 절망(despair)으로 다가오기도 한다(Erikson, 1963).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들

 

그렇다면 사람들은 삶의 마지막에 어떤 후회를 할까?

과거에 대한 후회에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와 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있는데,

사람들은 보통 과거에 한 일보다는 하지 못한 일에 대해 더 후회를 한다(Tomer & Eliason, 1996).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자신이 더 많은 물질을 축적하지 못하고 고생만 하다 죽게 되는 것을 후회하거나 원망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나의 것을 더 나누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은 대인관계적인 측면과 관련되는 것 같다.

깨어진 가족관계, 용서하지 못한 타인, 단절되고 고립되어 느끼는 외로움에 대한 후회가 많다.

 이러한 후회는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해석하고 마무리할 것인지 즉 죽음에 대한 불안과 큰 연관이 있었다(장민희, 정태연, 2018).

흥미롭게도, 이러한 후회는 젊은이들의 경우와도 매우 흡사하다.

TomerEliason(2005)은 백여 명의 대학생들에게 과거 후회할만한 일을 제시하고 어느 정도 후회하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결과,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후회하는 것은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충분히 관계를 맺지 못한 것, 친구나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것 등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소수의 공통된 후회에는 돈의 축적과 같은 것이나 건강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 등이었다.

 

 

죽음이 주는 삶의 교훈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많은 것을 남겨준다.

죽음은 존재와 삶에 대한 반추를 하게하는 강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추의 힘이 과거의 삶을 후회하게 만들어 우리를 힘들게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은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한 동안 호스피스죽음에 대한 연구를 한 경험이 있다.

 어린 나이에 무턱대고 시작한 연구 주제였는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조각판으로 남아있을 만큼 큰 의미이다.

그리고 때로 내 인생의 무게와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그때의 기억을 다시금 꺼내보기도 한다.

 

혹시 인생을 살아가면서 삶이 너무 버겁게 느껴진 적이 있는가?

그러면 언젠가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될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죽음 앞에서 당신은 무엇을 후회하고 있을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 현재의 삶을 불평하는 일, 나의 여러 삶의 조건에 불만족하는 일.

 그 모든 것이 언젠가는 되돌릴 수 없는 후회로 다가올지 모른다.

특히나 내 옆에 소중한 사람에 대한 가치를 알지 못하는 것은 머지않아 큰 후회가 될지 모른다.

 

오늘 하루를 후회 없이 살아가는 일, 내 옆 자리를 지키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

이것은 우리가 유한한 존재인 탓에 반드시 깨달아야할 삶의 가치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죽음은 인생에게 오늘을 가치 있게 살아야할 이유와 희망을 보여주는 삶의 역설인지 모른다.

 

  

<참고문헌> 

Erikson, E. H. (1963). Childhood and society (2nd ed.). New York: W. W. Norton.

Tomer, A. & Eliason, G. T. (1996). Toward a comprehensive model of death anxiety. Death Studies, 20, 343-365.

Tomer, A. & Eliason, G. T. (2005). Life regrets and death attitudes in college students. Omega, 51, 173-195.

Tomer, A. & Eliason, G. T. (2008). Regret and death attitudes. In A. tomer, G. T. Elisson, & P. T. P. Wong (Eds.), Existential and spiritual issues in death attitudes, (pp. 159-172). New York: Lawrence Erlbaum Associates.

장민희, 정태연 (2018). 호스피스 봉사 경험이 삶과 죽음 태도 변화에 미치는 영향. 스트레스硏究, 26(2), 95-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