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고 유연한 자녀의 교우관계를 위한 부모의 대화법

관리자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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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친구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들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반을 구성하는 인원 자체가 적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반인원이 20명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학년 당 학급의 수 자체도 적습니다. 2~3 학급인 경우도 있고 1 학급인 경우도 있지요. 조금 외곽에 있는 학교들은 자신의 반에 같은 성별의 친구가 3~4명 뿐인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6년간 만나는 관계의 폭이 굉장히 적을 수밖에 없어요. 반에서 외동인 친구들이 절반을 넘어서는 경우도 많아요. 특히 외동아이들에게 함께 놀 친구의 존재는 더욱 각별할 겁니다.

 

아이들에게 친구라는 존재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인데 친구와 잘 지내는 것은 더 어려워진 요즘 아이들을 봅니다. 예를 들어 반 구성원이 20명인 경우에 절반을 여자아이, 나머지를 남자아이라고 한다면 10명 정도로 각각 구성이 되겠지요. 만약 내 아이가 반에 소속된 두 세 그룹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1년 내내 같이 놀 수 있는 친구가 없는 상태로 지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학년이 바뀌어도 반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환경에서는 계속 외톨이가 되는 상황이 지속되겠지요.

 

 

주변에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시기의 아이들이 친구 관계로 등교를 거부하는 경우를 봅니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 이유는 같이 먹을 친구가 없어서였습니다. 학교 등교를 거부하는 경우에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그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학교 가기 싫다는 말로 대표하여 말을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함께 다닐 친구가 없거나 밥을 혼자 먹어야 하는 불편함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됩니다. 어른의 시각에서는 ‘친구가 그렇게 중요한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시기에는 또래 관계가 중요하고, 친구 문제로 인해 학교 부적응을 일으키기도 해요.

 

남자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단짝이 없어도 운동을 좋아한다거나 관심사가 비슷한 경우에 관계의 끈을 형성하기도 하지요. 반면 여자 아이들의 경우에는 조금 더 관계의 연결이 강하고 끈끈합니다. 이미 형성된 그룹 안에 처음에 끼지 못하면 나중에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려워집니다.

 

최근에 저에게 상담을 요청한 지인은 남자 아이의 엄마였는데 학교를 옮기고 싶어 했어요. 그 이유는 학교에서 말할 상대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니까 하루 종일 학교에서 투명 인간처럼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들이 늘어갔고 점점 더 무기력해졌다고 해요.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은 주 5회 가는 사회생활이며 오전부터 오후까지 적어도 6시간~ 8시간을 머무르는 공간입니다. 생각보다 장시간이고 장기간 지속되는 곳이지요.

 

친구가 없어서 학교를 가지 않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아이는 그나마 건강한 아이지만 혼자서 그 시간을 견디고 버티다가 우울감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부모는 걱정되고 답답한 마음에 아이에게 다그치기도 하고 친구가 없으면 어떠냐고 하면서 아이의 문제를 축소시키기도 해요. 다그치는 경우, 아이의 곪을 대로 곪아 뭉그러진 마음은 또 얼마나 작아질까요? 아이는 힘든데 부모가 대수롭지 않게 ‘친구 없는 게 무슨 큰 일이냐?’고 생각하거나 ‘니가 다가가고 노력해서 사귀라.’는 와닿지 않는 조언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그걸 손쉽게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힘들게 지내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게 그렇게 어려워서 힘들었던 거에요.

 

학교 선생님께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 물어 보고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집안에서는 아이가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해요. 집은 학교에서의 불편함, 당혹감과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덜어낼 수 있는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의 고민에 공감하고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격려하는 말들을 해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방어적인 환경에서 위축된 아이가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다가가는 것 자체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아이 수준에서 오늘 하루 할 수 있는 한 가지 미션을 정하고 한 가지는 실천해볼 수 있도록 응원을 해주시면 좋습니다. 그래도 말을 걸어볼 수 있을 것 같은 반 아이에게 인사를 하거나 말을 한 마디 해보기 같은 것 말이지요. 쉬는 시간이나 점심을 먹고 난 후 자유시간에는 혼자 무료해지지 않도록 팁을 주는 것도 좋아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지요.

 

제가 아는 한 아이는 쉬는 시간에 혼자서 그림을 스케치하다보니 한 두명 반 아이가 관심을 보이고 자기에게도 그려줄 수 있는지, 가르쳐달라고 하면서 관계를 조금씩 형성해가기도 했어요. 관심사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음이 통하는 대상을 찾을 수도 있고요.

학교 선생님께 아이의 어려운 사정을 말씀드리고 반에서 작게라도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역할을 아이가 맡아서 자연스럽게 반 아이들과 연결될 수 있는 끈을 만들어줄 수도 있어요.

 

자기표현을 하지 않아서 무시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집에서부터 작은 거라도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고 시도해보도록 하면 좋습니다. 때로는 아이 성향에 따라 친구에게 너무 맞추다 보니 끌려가게 되고 관계 내에서 일방적으로 주는 역할을 하는 아이도 있어요. 친구 관계는 동등한 관계이지 상대에게 무조건 맞추다 보면 상대방은 나의 마음을 모르게 되고 알아도 ‘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무례하게 대할 수 있음을 알려줘야 합니다.

 

부모가 겪은 친구 관계에서의 경험담, 실수, 어려웠던 것들,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 등도 나눠주세요. 저도 전학을 가서 모든 게 낯설었던 기억, 새 학년이 되어 반이 바뀌고 단짝은 다른 친구가 생겨서 서운했던 일, 홀수 그룹이라서 종종 소외감을 느꼈던 기억들을 이야기해 주었어요. 친구가 없다는 이유로 억지로 어떤 그룹에 소속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는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말도 덧붙여주세요.

 

친구란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다름도 소중히 여겨줄 수 있는 관계라는 것, 친구가 없다고 해서 내가 별로인 사람인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다 보면 내 강점을 알아봐 줄 보석 같은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도록 이끌어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 한국인성교육협회 유지영 강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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